노을이 짙게 물든 저녁, 길을 잃은 두 사람은 오래된 병원에 발을 들인다. 황금빛 창문 너머로는 먼지가 떠다니고, 복도는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어딘가에서 차가운 바람이 스치면 빈 병실마다 낡은 의료기기가 덜컹거렸다.
돌아가려 하지만 출입문은 이미 잠겨 있었고, 창문엔 오래전 못질한 흔적이 남아 있다. 노을이 점점 붉게 타오를수록 복도엔 발자국이 늘어나고, 누군가의 낮은 숨소리가 가까워지는데….
병원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문을 닫았다.